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줄거리
2022년 6월 개봉하여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입니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20만 관객인데, 결국 187만 관객을 달성했습니다. 한 남자의 사망사건을 조사하던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주된 이야기입니다. 차분하지만 끈질긴 형사 해준 역은 박해일이 맡았고, 남편이 사망하여 미망인이 되는 중국 여자 서래 역은 탕웨이가 맡아서 연기했습니다. 해준은 전문직인 아내를 둔 유부남인데, 사건을 맡으며 알게 된 서래에게 점점 의심과 호감을 동시에 가지게 됩니다. 서래는 중국에서 밀입국하여 나이가 아버지뻘 되는 한국 남편과 결혼하였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립니다. 암벽등산이 취미였던 그녀의 남편은 등산을 나간 어느 날,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서 사망합니다. 혼자 떠난 등산길이어서 목격자도 없는 가운데, 남편의 손톱에서 누군가의 살점이 채취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내인 서래였는데, 서래는 남편이 등산을 가기 전에 그와 다퉜다고 말합니다. 더군다나 요양보호사인 서래는 남편이 사망한 시간에 출근한 정황이 있어서 알리바이가 인정됩니다. 결국 실족사로 사건이 처리되었지만 해준은 서래의 아파트를 몰래 관찰합니다. 남편의 사망 소식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던 서래는 무언가 숨기는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서래를 멀리서 관찰하던 해준은 서래에게 점점 끌리게 되고 서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륜이자 로맨스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두 주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함께 후반부가 펼쳐집니다.
각본을 읽는 재미
이 책은 영화의 각본이지만 영화와 다른 점이 느껴집니다. 글로만 쓰인 책에서는 제공되는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각각의 장면에서 독자 나름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빠르게 지나가느라 놓쳤던 부분들도 책을 읽으면 더 잘 이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영화 제작을 위한 각본인 만큼, 배경이나 화면 묘사가 이뤄지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책의 첫 부분, 절벽에서 사람이 떨어진 사건을 수사하러 간 해준은 절벽 위에서 사망자 기도수의 사체를 내려다보며 '보고 있었을까?'라고 말합니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사망자의 눈동자 표면이 나오고, 이후 망자의 시점에서 절벽을 바라보는 장면이 묘사되어 독자로 하여금 누군가가 절벽 위에 있었을 거라고 의심하게 만듭니다. 한국말에 서툰 서래를 위해서 형사 수완은 쉬운 말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목격자가 없는 변사자는 부검하는 게 매뉴얼'이라는 말을 수완은 나름대로 고쳐서 '보는 사람 없는 데서 이유 모르게 돌아가신 분은 시체를 열어서 들여다보는 게 정해진 순서'라고 풀어서 말합니다. 이렇게 글로 쓰여 있는 만큼 앞 뒤를 번갈아가며 쉽게 풀어쓴 대사를 비교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여타 소설과 달리 각본은 배경 묘사가 장황하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명료하게 적힌 환경 묘사와 인물의 행동과 표정 묘사는 속도감을 더해줍니다.
기구한 운명의 서래와 그녀를 사랑한 해준의 결말
서래는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미인이며 중국사람입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 그녀에게 가정폭력을 가했던 사진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남편은 자신의 물건에 이니셜을 새겼는데, 서래의 몸에도 자신의 이니셜을 문신으로 새길만큼 그녀를 물건처럼 취급했습니다. 그러한 환경에서도 왜 서래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서래는 중국에서 배를 통해 밀입국했고, 그녀의 남편인 기도수는 외국인 밀입국자들을 관리하는 공무원이었습니다. 밀입국이 발각되었을 때, 서래는 그녀의 외조부가 독립운동에 앞장섰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기도수의 도움을 통해 외조부는 건국훈장을 받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 것입니다. 사건을 파헤치며 해준은 서래의 과거 또한 알게 됩니다. 중국에 있을 때 서래는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보살피지만, 결국 어머니의 자살을 도와줍니다. 이후 살해 용의자가 된 서래가 한국으로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해준은 잠복수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서래의 주변을 맴돕니다. 그는 쌍안경으로 서래의 아파트를 몰래 들여다보며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움트게 됩니다. 해준이 자신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아는 서래 또한 해준을 점점 사랑하게 됩니다. '품위 있는' 해준의 자부심은 서래의 범죄를 묵인하며 산산조각 납니다. 그리고 해준은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기에 그는 헤어질 결심을 하고 서래가 있는 도시를 떠납니다. 두 번째 남편과 결혼했지만 해준을 잊지 못하는 서래는 해준이 이사 온 도시로 찾아오고, 또 한 번의 사건이 일어나며 두 사람은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하지만 서래는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깊은 구덩이 속에 스스로 들어가며 책은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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