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청춘시대'의 작가가 쓴 장편소설
이 책은 표지부터 어딘가 코믹스럽습니다. 표지에는 주황색 운동복 집업을 입고 부스스한 머리를 묶은 채 섬뜩하게 내려다보는 주인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녀의 옆에는 뽀글뽀글한 회색 파마머리에 꽃무늬 바지를 입은 할머니가 역시 같은 각도로 독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표지를 살피자면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독자가 아니라 그들의 앞에 높인 이상한 회색 물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물체는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아래에 써져 있는 제목으로 유추를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바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입니다. 섬뜩한 제목이지만 공포스럽지 않은 책 표지처럼 책 내용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는 특별한 이력이 있습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 화이트 크리스마스', '청춘시대'.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거나 시청해봤을 제목들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던 영화와 드라마의 작가가 바로 이 책을 썼습니다. 작가 소개에는 박연선 작가가 소설을 집필하게 된 이유가 간단하게 쓰여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 작가로 지내던 어느 날 스토커 같은 편집자에게 잘 못 걸렸다고 말입니다. 이 책은 그의 첫 장편소설로, 소설 작가로의 데뷔작입니다. 흥행작을 만들어낸 작가답게, 이 책 또한 탄탄한 스토리에 흥미로운 부분들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무척 재미있어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종갓집의 비밀과 의문의 목각 인형
이 소설의 배경은 산골에 있는 아홉 모랑이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15년 전, '두왕리 네 소녀 실종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마을의 잔칫날, 서로 교집합이 크지 않는 소녀 네 명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경찰의 수사에도 그녀들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고, 미제 사건으로 잊혀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 강무순이 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디며 사건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 책은 21살이자 백수인 무순의 일인칭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무순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글의 화자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타의로 인해 반강제로 산골 할머니 집에 남겨진 무순은 심심해서 집안을 뒤지다가 한 보물상자를 발견합니다. 그 안에는 종갓집의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무순은 마치 보물지도를 발견한 것 같아 들뜬 마음에 종갓집을 찾아 나섭니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홍살문 다리 밑 땅을 파던 무순은 약상자를 발견합니다. 그 안에는 자전거 핸들을 잡고 있는 소년이 조각된 목각 인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각인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무순은 다시 땅에 묻으러 가다가 한 소년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 소년은 종갓집의 양자인 창희로, 무순이 들고 있는 목각 인형과 비슷한 그림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그림은 종갓집의 딸이자 지금은 실종된 유선희가 그렸던 그림이었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무순
집으로 돌아온 무순은 할머니에게서 15년 전, 네 명의 소녀가 하루 만에 사라진 사건에 대해서 듣습니다. 당시 여섯 살이었던 무순도 잠시 할머니 집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한 노인의 백수 잔칫날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온천욕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어둑해져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네 명의 소녀들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 일로 전국이 발칵 뒤집어지고 몇 달을 찾았으나 그들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네 명의 소녀는 나이도 다르고 친하지도 않았습니다. 실종자 중 한 명이자 목사님 딸인 조예은은 무순보다 두 살 위로, 어릴 때 무순은 예은과 같이 놀기도 했었습니다. 할머니를 통해서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은 무순은 어릴 적 기억을 따라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사건과 관련 있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무순은 유선희와 어릴 적 친했다던 유난실과 만나서 선희에 대해서, 그리고 그 목각인형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합니다. 목각인형을 본 유난실은 선희에 대한 기억을 꺼냅니다. 어릴 적부터 예쁜 얼굴로 마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선희는 정한호라는 학생회장을 좋아했습니다. 무순은 자전거와 소년 조각이 정한호 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를 찾아가지만 그는 자신이 아닐 거라고 말합니다. 종갓집의 대를 잇기 위해 양자로 들여진 창희는 종갓집 딸이었던 선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고, 무순과 함께 선희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찾아나갑니다. 실종된 소녀가 네 명인 만큼 얽혀있는 사연도 다양하고 등장인물도 많습니다. 무순은 결국 사건에 숨겨진 모든 진실을 찾아내게 됩니다. 어떤 사연이 기다리고 있는지 독자분들도 책 속에서 그 여정을 함께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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