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남동 서점에 모이는 사람들
휴남동에 얼마 전 문을 연 서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손님을 상대하는 것이 서툴렀던 사장 영주는 점차 서점을 가꾸며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아늑한 분위기에서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휴남동 서점에 사람들이 점점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일이 더 바빠지자 영주는 바리스타를 고용합니다. 휴남동 서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민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준비생이었습니다. 대학입시와 취업까지,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걷던 민준은 지치게 되고 그 길에서 잠시 벗어나 보기로 합니다. 그는 서점에서 일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지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선택하게 됩니다. 휴남동 서점에 원두를 판매하는 회사 고트빈의 대표 지미는 영주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퇴근 후 영주의 집 앞에서 영주를 기다렸다가 같이 술과 음식을 먹기도 합니다. 씩씩하고 활기차 보이는 그녀에게도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그녀의 남편 때문입니다. 그녀가 한눈에 반해서 결혼한 남편은 직장을 다니지 않습니다. 그는 몰래 클럽에 다녀오거나 집을 어지럽혀 놓기도 합니다. 지미는 남편에 대한 욕을 사람들에게 늘어놓지만 쉽게 헤어질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민준과 대화를 나누던 지미는 결국 자신이 남편 인척 하는 애와 결혼했다는 것을 깨닫고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합니다. 그 외에도 아양한 사람들이 서점에서 모입니다. 매일 서점에 와서 명상하고 뜨개질을 하는 정서, 사는 게 재미없고 꿈이 없는 고등학생 민철, 블로그에 스스로 공부한 문장에 대해 글을 쓰다가 작가가 된 승우, 일이 많아진 서점 때문에 바쁜 영주를 돕고자 계산 아르바이트를 자처하는 독서모임 멤버 상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서점에서 각자의 빛을 냅니다.
서점에 대한 고민, 발전하는 서점
영주는 서점의 운영 방향에 대해 계속 고민합니다. 휴남동 서점은 영주의 취향과 관심사에만 맞춰진 작은 공간인데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지도 의문스럽습니다. 손님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영주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녀는 역사서에 관심 있는 손님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을 추천해준 뒤 무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서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보다는 손님에게 좋을 책을 추천해야겠다고 반성합니다. 영주는 사는 게 재미없다는 아들 때문에 걱정인 희주에게 에이미와 이저벨이라는 소설을 추천해줍니다. 희주는 그 책을 재미있게 읽습니다. 그녀는 책에 나오는 모녀를 보면서 자신의 어릴 적을 떠올렸고, 아들을 자신의 품 안에서 놓아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좋은 책이라면 책을 읽게 된 동기와 상관없이 독자에게 좋은 느낌을 줄 것이라고 영주는 생각합니다. 작은 동네 서점인 휴남동 서점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책 판매 외에도 다른 이벤트가 팔요합니다. 영주는 공간 대여 및 북토크를 진행하며 손님을 모읍니다. 그녀는 독서모임을 만들어서 매달 모임을 열고 모임의 리더를 정해서 모임이 각자 운영되도록 합니다. 그녀는 베스트셀러를 휴남동 서점에 들여놓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어느 정도 서점이 자리잡은 후 영주는 스스로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 독립서점 탐방을 떠납니다. 그 여행을 통해서 휴남동 서점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 합니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
이 책의 표지인 서점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요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불편한 편의점' 책이 떠오릅니다. 그 책은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사건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그와 비슷한 분위기일 거라고 예상하며 이 책을 펼쳤지만 그 책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이 책은 사건 위주로 진행되기보다는 사람들의 심리에 더 집중합니다. 주인공인 영주는 작은 서점을 어떻게 잘 운영해 나갈 것인지 고민합니다. 바리스타 민준은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찾아나갑니다. 휴남동 서점에서 북토크를 하게 된 승우가 영주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승우의 심리와 함께 묘사됩니다. 서점이 배경인 책답게 곳곳에 책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매일 읽습니다'의 이아름 작가는 영주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읽으면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몸에 남아서 앞으로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영주의 블로그에는 조혜진 작가의 '빛의 호위'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의 화자는 집에서 필름 카메라를 훔쳐다가 가난한 동급생에서 갖다주고 그 행동은 동급생에게 빛이 됩니다. 그 외에도 여러 책이 이 책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개되어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읽어보고 싶게 만듭니다. 또한 독서 리뷰의 좋은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전체적으로 조심스럽고 선을 넘지 않는 잔잔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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