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로 떠난 그녀가 수단에서 만난 친구
주인공이자 저자 은수가 중학교 때, 그녀의 친오빠는 암에 걸립니다. 자연히 부모님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 그녀가 열아홉이 되던 해, 항암치료를 거부한 오빠는 세상을 떠납니다. 은수는 대학에 진학하지만 부모님과 소원한 관계에 밖으로 나돌며 술과 외박을 일삼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냅니다. 그녀는 상담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지만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과 허무감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먼 땅인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마침 들어놓은지도 잊어버렸던 세뱃돈과 용돈을 넣어둔 적금이 만기 되고 그녀는 몇 달간 돈을 모아서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 없이 한국을 떠납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수단에 일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둔 덕에 그녀는 아무런 준비 없이 수단에 도착합니다. 며칠간 아버지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던 그녀는 수단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고, 28살의 소년 이브라힘을 만납니다. 그녀는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가진 이브라함과 함께 어울려 다니며 나일강 위에서 보트를 타고 사막을 여행합니다. 보트 위에서 더러운 나일강 물을 향해 뛰어들어 헤엄을 치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사막의 별빛 속에서 괴로웠던 감정들을 아주 머나먼 과거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이브라함과 함께 세일링 보트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나날들을 보내던 그녀는 한동안 학원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며 학생들을 만납니다. 그도 잠시, 너무나 빡빡한 스케줄이었던 학원을 탈출한 뒤 이브라함 가족의 배 프리덤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합니다. 비자가 만료되기 전 그녀는 수단을 떠나기로 하고 그동안 좋은 친구였던 이브라함과 이별을 고합니다.
에티오피아와 마다가스카를 거쳐서 케냐로
수단 다음으로 향한 에티오피아에서 은수는 사기꾼을 만납니다. 하지만 곧 그 사기꾼과도 친해지게 되고, 그들을 따라서 산속 깊은 곳, 진짜 오지 마을에 도착합니다. 전기도 수도도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흡혈 벌레에 물려 피부병을 앓습니다. 치료를 위해 다시 시내로 나오지만 병원의 유일한 피부과 의사가 휴가를 떠나 진료를 받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5개월간의 여행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치료를 받습니다. 한 달 간의 치료를 받은 후 은수는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갑니다. 첫사랑이 언급했던 마다가스카르의 돌산을 거쳐서 그녀는 케냐로 향합니다. 케냐는 해가 진 후 걸어 다니면 위험한 곳입니다. 처음 케냐에 도착한 주인공은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서 숙소를 찾아가지만 길을 잃고 어느덧 해도 져버리고 맙니다. 그러던 중 어두운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자가 그녀를 도와 숙소까지 데려다줍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나이로비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과 친해진 은수는 한국어 강의와 댄스 강의에도 참석하며 대학생 아닌 대학생활을 보냅니다. 은수는 숙소에서 알게 된 리한나와 룸메이트가 되며 밤의 클럽까지 활동반경을 넓힙니다. 술과 춤을 즐기던 은수는 클럽에서 덩치가 큰 에릭을 만나서 친해집니다. 위험한 나이로비 뒷골목을 훤히 꿰고 다니던 에릭과 함께 은수는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밤의 세계를 경험합니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
아프리카를 여자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위험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여행기이자 모험기가 작가의 경험담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누구보다 겁 없고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던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잊기 힘든 경험들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아프리카의 삶이 작가의 눈을 통해서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해집니다. 날씨가 너무 덥기 때문에 길가 그늘에서 누워서 쉬어야 하는 수단의 길거리도, 밤하늘에 은하수가 반짝이는 사막의 고요한 소리도, 흙탕물이지만 니모를 닮은 물고기가 있는 나일강이며 케냐의 어둡고 위험한 밤거리까지, 아프리카에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독자들의 머릿속에 인상 깊게 자리 잡습니다.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기 전 그녀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지만 수많은 경험과 모험을 겪으며 6개월 뒤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원했던 부모님과의 관계도 조금씩 개선됩니다. 단숨에 이 모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건 저자의 생생한 필력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6년도에 출판된 이 책 외에도 저자의 다른 책이 있는지 찾아보니 이후 출판된 책은 없지만 저자의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녀의 블로그에는 북극의 개썰매 모험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최근의 게시물에는 반려견과 함께 한국을 여행하는 이야기도 올라와 있습니다. 이 모든 글들이 온전한 형태로 출판되기를 독자의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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