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을 위한 카툰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가끔은 수많은 줄글에 질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책을 사랑하는 작가가 그린 이 책을 추천합니다. 특히 내향인이거나, 내향인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더더욱 권하고 싶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작가이자 주인공 데비 텅은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책과 함께하는 혼자 있는 시간은 그에게 훌륭한 안식처가 됩니다. 내향적인 주인공의 일상 이야기와 생각이 펼쳐지는 이 책은 만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컬러 없이 무채색으로 되어 있어 깔끔한 느낌을 주고, 단순한 선과 점으로 표현된 등장인물들의 표정 또한 흥미롭습니다. 첫 이야기는 강의시간으로 시작됩니다. 제일 뒤쪽 구석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강의실에 일찍 도착하는 주인공은 수업 중 궁금한 것이 생기지만 질문하길 두려워합니다. 그녀는 그 질문이 쓸데없는 것일까 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상관없으니 질문을 할까 그녀가 망설이던 중 결국 다른 사람이 그 질문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 질문에 교수는 좋은 질문이라고 하고, 주인공의 땀 뻘뻘 흘리는 표정이 나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교수가 강의 끝나기 전에 질문할 게 없는지 묻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강의실을 빠져나간 후 주인공 데비는 짐을 챙기는 교수에게 다가가 질문이 있다고 말합니다. 내향인이라면 적극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이 외에도 많습니다.
INFJ인 작가의 특성
작가이자 주인공 데비 텅의 MBTI 유형은 INFJ입니다. I는 내향, N은 직관, F는 감정, J는 판단을 뜻합니다. 선의의 옹호자, 예언가로도 알려진 INFJ유형은 '인프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전 세계 인구의 1% 미만인 소수라고 알려진 이 유형은 책임감이 강하고 직관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것이 특성입니다. 공감을 매우 잘하고, 소수의 사람들과만 깊은 관계를 맺는 특징은 주인공 데비 텅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주인공 데비는 어릴 적 주변 어른들로부터 '넌 왜 이렇게 말이 없니' '말 좀 해야 돼' 하는 조언들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말들은 그녀에게 압박으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어른이 된 그녀는 여전히 모임에 참석하기 싫어하고 혼자서 책을 읽는 게 온전한 휴식입니다. INFJ는 겉에서 볼 때면 차분한 성격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그 내면은 불안과 상처가 섞인 생각들로 혼돈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 모습도 두 컷의 만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컷에선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으로 차분, 느긋, 친절한 모습이 그려지지만, 다른 한 컷에서는 '내가 보는 나의 모습'으로 좌절, 불안과 내면의 상처가 뒤섞인 상태를 나타내는 데비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INFJ는 말이 없는 편이지만 사실 머릿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흘러갑니다. 데비가 퇴근하자 남편이 오늘 회사는 어땠는지 묻습니다. 그 순간 굉장히 많은 생각들이 데비의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그 모든 말들을 한순간에 정리해서 말하기가 어려운 그녀는 그냥 '좋았어'라고 답하고 맙니다.
INFJ 독자의 감상평
저도 MBTI 테스트를 처음 해봤을 때 INFJ 유형으로 나왔습니다. INFJ가 가진 특성들을 찾아보니 정말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고, 그 설명들을 보면서 비로소 세상에 이해받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외향인을 반기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때로는 고립감을 느끼고 스스로가 열등한 존재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걱정거리도 많고불안함도 많기 때문에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버겁고 어려운 과제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다른 INFJ 유형의 사람들이 만든 책이나 영상 등을 보면 반갑고 위안이 됩니다. 이 카툰 책을 단숨에 펼쳐 든 이유도 INFJ인 작가가 그린 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주인공 데비의 남편은 외향적이고 사람과 잘 어울리는 성격입니다. 남편의 가족들을 보러 간 날, 데비는 많은 긴장을 하지만 남자친구가 중간에서 대화를 잘 이끌어주었기에 큰 부담 없이 만남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데비는 말합니다. 사교적인 남자친구의 장점은 내 몫의 사교적인 대화까지 대신해준다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제 배우자도 마찬가지로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입니다. 내향적인 저는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 가는 것 자체가 긴장이 되고 부담스러울 때가 많은데, 배우자와 함께 모임에 참석할 때면 제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아도 대화가 매끄럽게 흘러가니 무척이나 편합니다. 가끔 스스로가 별나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책을 펼쳐 들고 싶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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