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덕후가 쓴 책 사랑 이야기
이 책은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세 권의 책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주인공이자 저자인 데비 텅이 책들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책을 읽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작가 데비 텅은 영국의 버밍엄에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직업은 만화가이고 한편으로는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귀여운 그림이 가득한 만화책입니다. 이 책의 모든 그림은 흑백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표지를 넘긴 후 본격적으로 내용이 펼쳐지기 전, 인상적인 그림이 먼저 등장합니다. 한 페이지에서 데비가 책을 읽으며 걸어가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책을 읽음으로써 마법의 세계에 초대받은 그녀의 모습이 나옵니다. 까만 배경 속 반짝이는 별들과 그녀의 표정에서 그녀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녀는 비 오는 날에도, 맑은 날에도 책 한 권을 읽으며 차 마시는 것을 즐깁니다. 새로 주문한 책을 택배로 받은 그녀는 지금은 할 일이 많으니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책을 옆에 두지만, 곧 참지 못하고 책을 집어 듭니다. 그녀는 밤이 될 때까지 책을 놓지 못합니다. 집 안에서 내내 책만 읽던 그녀는 남편의 밖에 나가자는 제안에 따라나서지만 여전히 야외에서도 책과 함께입니다. 그녀는 밖에 나갈 때도 늘 책을 가지고 다닙니다. 책과 함께라면 혼자라는 기분이 들지 않고 든든한 친구와 같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공감 가는 이야기
이 책의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의 많은 부분들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남편과 나갈 준비를 하던 데비는 세 권의 책들 앞에서 고민하는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 그녀를 채촉하며 방에 들어온 남편은 곧 그녀의 상황을 알아챕니다. 그녀는 무슨 책을 가져갈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집 밖에서 약속이 있거나 카페에 갈 때면 책을 챙겨가고는 합니다. 그때마다 책을 골라야 하는데 때로는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읽고 싶어서 두 권 이상을 챙겨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 리더기나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읽는 비중이 늘어난 후에는 이러한 고민들이 상당 부분 많이 해소가 되었습니다. 전자기기 하나만 챙기면 수백 권의 책을 같이 들고 가는 셈이니까요. 저자에게도 전자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책의 뒷부분에서 그에 대한 장면이 나옵니다. 데비의 친구는 전자책 리더기를 쓰면 편리하고 공간을 아낄 수 있고 책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전자책 리더기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데비는 종이책들로 개인 도서관을 만들 수 있고, 책장 넘기는 소리가 좋으며, 책 냄새가 좋다고 말하며 전자책보다 종이책에 대한 자신의 애착을 드러냅니다. 데비는 책을 읽으면서 과거와 미래를 여행하고,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를 통해서 그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그녀는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고 말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든 현실을 마주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책에서 위로를 얻는 경험을 독자들도 해보았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세상은 내 것이 된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책 읽는 뒷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렇게까지 책을 사랑할 수 있을까
데비 텅의 책에 대한 사랑은 유별난 부분도 있고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그녀는 자신의 옷을 벗어서 책이 젖지 않도록 가리는 데 애를 씁니다. 서점에서 새 책을 살 때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는 그녀는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뒤표지에 쓰인 글을 읽으면서 책의 무게를 손끝으로 느끼고, 책의 냄새를 맡아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각과 촉각과 후각을 사용하며 그녀는 그 책과 함께할 모험을 상상하며 눈을 빛냅니다. 이렇게나 책에 진심인 그녀는, 책을 읽은 후 슬프고 허전한 마음이 들고 사는 게 허무해지기까지 합니다. 데비는 일주일 전에 다 읽은 책이지만 아직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아서 계속 책을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녀는 서점에서 책을 사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식비가 모자라지만 새 책이 사고 싶었던 그녀는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하기로 하고 책을 잔뜩 사 옵니다. 친구가 이번 주말에 뭘 하는지 물어보자 데비는 친구들이랑 놀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그녀는 아늑한 집에서 책들에 둘러싸여 있고, 차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그 책들이 친구들이니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녀는 밖에 나가서 누군가가 책을 읽고 있으면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그들을 훔쳐봅니다. 이 책의 중간에는 데비 텅이 뽑은 걸작선 책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 덕후인 그녀의 취향이 담긴 책들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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