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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그런 집, 다가구 주택을 고쳐 사는 이야기

by 삶공부 2022. 10. 2.

내가 꿈꾸는 그런 집, 이소현(이소발), 성안북스, 2020
내가 꿈꾸는 그런 집, 이소현(이소발), 성안북스, 2020

기대와 달라서 더 좋았던 책

이 책의 '내가 꿈꾸는 그런 집'이란 제목과 표지를 장식하는 아늑한 실내 사진을 보고 제가 떠올렸던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 이 책은 자신의 공간을 가꾸기 좋아하는 사람의 실내 인테리어와 에세이에 관한 내용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부터 나타난 그림에 이 책은 뭔가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속에는 그녀가 거쳐왔던 집과 가구들, 소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이어진 파트 1에서는 현관부터 창가, 거실의 소파를 꾸미는 방법부터 계절별로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 패브릭을 이용해 집을 꾸미는 방법 등에 대해 설명되어 있습니다. 예쁘고 가성비 좋은 패브릭과 가구들을 구입할 수 있는 정보들도 있어서 이 책은 인테리어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파트 2에는 풍수지리에 좋은 인테리가 소개되어 있고 저자가 매력적으로 느꼈던 잡지 속 또는 영화 속의 집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독특하게도 소개된 집들은 실물 사진이 아닌, 저자가 그린 그림으로 재해석되어 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집 그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 책의 진가는 책의 반절을 지나서 파트 3에 접어들었을 때 비로소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사실은 지금 제게 꼭 필요했던 내용이 여기 있었습니다. 30년 된 다가구 주택으로 이사 가서 리모델링을 하고 살아가는 것 말입니다. 단독주택 혹은 다가구 주택에서의 삶은 부럽기도 하지만 막상 가보면 어려움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그 때문에 미리 그 과정을 겪었던 사람들의 경험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러한 자료가 많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글들은 대부분 단편적이고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너무 짧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제가 꿈꾸었던 다가구 주택에서 주인으로 사는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이 보물 같은 내용을 뒤에 꽁꽁 숨겨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표지를 다시 자세히 보니, 부제목이 '집 가꾸는 그림 작가 이소발의 주택 셀프 인테리어&리모델링 북'입니다. 표지에 있었는데 보지 못한 것입니다. 언뜻 보고 읽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만큼 좋았던 책입니다.

 

30년 된 다가구 주택, 사도 될까?

전세를 거쳐 장만하게 된 자기 소유의 아파트에서 저자는 셀프 인테리어로 취향에 맞게 집을 고쳤습니다. 하지만 낮에 청소기만 돌려도 시끄럽다고 인터폰을 누르는 할머니가 아랫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층간소음 갈등과 아파트 생활에 지겨워질 때쯤, 저자는 단독주택 혹은 다가구 주택을 찾아 나섰습니다. 1년째 집을 찾아다니던 날, 마침내 저자는 살아보고 싶은 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집을 구하러 다니며 저자가 알게 되었던 정보들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땅에 집이 있는 단독주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집에 하나의 가구만 살고 있는 진정한 단독주택과 둘째, 하나의 집에 여러 가구가 모여서 사는 다가구 주택입니다. 다가구 주택은 다세대 주택과 다릅니다. 다가구 주택은 집의 주인은 같으나 안에 여러 가구가 살고, 다세대 주택은 주인이 여러 세대로 나눠집니다. 저자가 만난 부동산 사장님들의 말에 따르면, 다가구, 단독 주택을 구할 때는 북쪽으로 6m 도로를 접하고 네모반듯한 땅을 사야 합니다. 다가구는 건물보다 땅값이 중요하고, 모양이 반듯한 땅이면 추후 재건축 시 설계하기 좋습니다. 북쪽 도로를 접해야 하는 이유는 나중에 상가를 넣게 될 때 유리하고, 재건축 시 건물 설계에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상가는 북향이 좋고, 북쪽에 건물이 없으면 일조권 침해에 따른 건물 설계에 지장도 없습니다. 이렇듯 다가구 주택을 살 때는 추후 재건축이나 상가 등 미래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저자가 고른 집은 지하철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좋은 위치에, 벽 두께도 두꺼워 정성 들여 지은 집이었습니다. 이 집을 찾기까지 100채 정도의 다가구를 보았던 저자는 한눈에 이 집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다가구 주택에는 세입자들이 있기에 그들의 보증금을 합친다면 더 적은 돈으로 집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가구는 세입자의 보증금이 매매가의 30~50% 정도 들어 있기 때문에 집주인은 매매가의 50~70% 정도만 부담하면 됩니다. 젊고 목돈이 부족할수록 전세 세입자를 들여 집값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돈을 모아서 월세 세입자로 바꿔나간다면 노후 준비도 가능합니다. 또한 1층은 추후 상가로 용도를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다가구 주택 관리하기

아파트를 떠나 다가구 주택으로 가면 관리인이 없는데 불편하지 않을까요? 다가구 주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저자도 주택으로 이사를 하기로 한 뒤부터 주변에서 말리는 소리에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더 젊을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삶의 형태로 살고 싶었기에 두려움을 이겨냈습니다. 저자가 직접 겪어본 주택의 관리는 주변에서 들었던 조언대로 어렵고, 귀찮았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직접 집을 관리함으로써 관리인을 고용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 자신의 집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직접 집을 고치고 꾸미면서 집에 대한 애정도 증가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장단점이 있는 법입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 후에도 소소하게 집을 관리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저자는 집의 오래된 숨구멍을 교체했고, 집 외부도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그때 자투리 시간에 빗자루로 청소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주택에 산다면 치안도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저자도 불안한 마음에 해결방법을 찾습니다. 평소에는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습관을 들이고, 방범창을 달고, 외벽에는 CCTV를 설치했습니다. 이후엔 걱정을 조금 내려놓고 안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누수 문제, 주차 문제 등 주택 살기의 고생은 아파트보다 많습니다. 저자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데, 정말 고생을 사버렸다'라고 말합니다. 그 옆에는 예쁜 주택이 그려진 쇼핑백을 든 여자의 그림이 '고생을 산 날, 앞날을 몰랐기에.. 나는 너무 기뻤다...'는 글과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마당과 옥상 정원에서 경험하는 즐거움도 그만큼 크기에 저자와 그녀의 남편은 집 관리를 스트레스로 느끼지 않고, 즐거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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