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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유쾌한 모험 소설

by 삶공부 2022. 8. 7.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두행숙 옮김, 들녘, 2014

흥미로운 도입부와 판타지적 세계관

책의 첫 장은 다음과 같은 경고로 시작됩니다. '너희처럼 달콤한 허브 차나 마시고 울기 좋아하는 겁쟁이들은 이 책을 다시 내려놓으라.' 왜 책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의 무시무시한 내용 때문입니다. 책이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 모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줄거리입니다. 각오를 무릅쓰고 뒷장을 넘긴 독자는 '전혀 겁도 없고 대담무쌍한 용감한 친구'가 되어 주인공과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맞닥뜨린 이 같은 설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시종일관 진지한 개그가 난무하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세상은 차모니아라고 불립니다. 차모니아의 여러 도시 중 '부흐하힘'은 수많은 고서점들과 출판업자, 작가, 관광객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얼핏 보기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좋아할 만한 장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다니는 큰길에서 조금만 벗어나기만 해도 무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부흐하힘의 땅 아래에 있는 지하세계에는 아주 많은 책들과 위험이 숨겨져 있습니다. 지하세계 어딘가에 있는 아주 귀중한 책을 찾아내기 위해 살인도 무릅쓰지 않는 잔인한 책 사냥꾼들, 그리고 흡혈괴조며 스핑크스와 같은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판타지 소설답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사람, 공룡, 악어, 난쟁이, 여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심지어 책마저 스스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의문의 원고의 작가를 찾아 부흐하힘으로 떠난 미텐미츠의 모험

이 거대한 대장정의 주인공 미텐미츠는 린트부름 요새에서 태어난 젊은 공룡입니다. 린트부름 요새는 만 명의 공룡 시인이 살고 있는 차모니아의 한 도시입니다. 미텐미츠는 대부 단첼로트로부터 하나의 원고와 그에 대한 비밀을 전해 듣게 됩니다. 그 원고는 너무나도 완벽해서 단첼로트는 그 글을 읽은 후 스스로 글 쓰는 것을 포기할 정도였습니다. 단첼로트는 그 원고를 쓴 작가에게 부흐하힘으로 가서 출판업자를 찾으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소식은 끊겨버렸고 대부 시인 단첼로트는 이 일을 두고두고 후회했습니다. 단첼로트는 죽기 전 미텐미츠에게 유언을 남깁니다. 부흐하힘으로 가서 그 작가를 찾으라고 말입니다. 미텐미츠 또한 그 원고를 읽은 후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놀라움과 경이로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마침내 평화로운 린트부름 요새를 뒤로 하고, 부흐하힘으로 떠나게 된 미텐미츠에게 놀랍도록 위험하고 신비한 경험이 펼쳐지게 됩니다.
고서점에서 원고의 작가를 찾아 헤매던 주인공은 스마이크의 계략에 빠지고, 지하묘지에 갇히고 맙니다. 으스스하고 무섭기 짝이 없는 지하묘지에서의 원치 않은 탐험이 시작된 것입니다. 몇 번의 죽을 위기와 반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그는 밥 먹는 것 대신 독서를 하는 부흐링족과 다정한 나날들을 보내기도 합니다. 마침내 만나게 된 '그림자 제왕'의 비밀, 숨겨졌던 위험한 음모와 그 후의 이야기까지, 새벽까지 멈출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개그가 관통하는 유쾌한 모험책

주인공 미텐미츠의 일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대부 시인의 임종을 앞둔 시점에서조차 개그가 섞여 있어 독자로 하여금 피식피식 웃게 만듭니다. 작가의 유머감각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만큼 풍부한 상상력과 아주 세세하고 방대한 묘사가 많은 책입니다. 책의 곳곳에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있어서, 머릿속에서 그린 장면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의 시작부터 꾸준히 거론되는 '오름'은 반짝이는 소설을 탄생시키게 만드는 작가의 영감처럼 묘사됩니다. 위대한 작가들은 어느 순간 그러한 오름을 겪게 되고 그 결과물로 위대한 책이 탄생합니다. 오름을 겪은 사람에 의하면, '그 힘의 영역에 단 한순간만 머물러 있어도 한 편의 소설을 탄생시키기에 충분했다'라고 전해집니다. 언뜻 보면 잘 와닿지 않는 이 모호한 개념이,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을 관통하는 걸 독자는 목격하게 됩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 또한 오름의 존재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 대단합니다.
작가인 발터 뫼르스는 세계관에 충실하게도, 주인공 미텐미츠가 차모니아 언어로 쓴 책을 번역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텐미츠는 방대한 양의 '여행기'를 썼고 이 책은 그중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독자인 저로서는 독일 작가 '발터 뫼르스'가 미텐미츠가 쓴 책의 나머지 부분을 하루빨리 번역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후속작인 [꿈꾸는 책들의 미로]가 출판되어 있으니, 이 책을 즐겁게 보신 분들은 후속작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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